E08

그것은 내 인생의 오점 같은 것이면서
또한 불꽃같은 것이기도 했다
남편 앞에서 당당할 수 없는 내가 부끄럽기도 했지만
또한 남편 앞에서 당당해질 수 있는 나를
발견하게 만드는 사건이기도 했다
도대체 사랑이란 뭘까
마치 관성의 법칙처럼 한번 시작하면
저절로 돌아가는 수레바퀴 같은건 아닐것이다
그건 항상 새롭고 창조의 기쁨으로 넘쳐나는
생명력 같은것이여야 하지 않을까
지금까진 난 그저 살아왔다
뒤돌아 볼것도 없는 평범한 생활들
사랑도 없이 사랑이 식어버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저 사랑이라는 이름에 매달려서
E09
모든 일들이 마치 사고처럼 갑작스러운 순간에 다가왔다
오랜시간 소중하게 지켜왔던 가족이라는 견고한 성이
유리성처럼 금방이라도 깨어질듯 위태로웠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순간
나의 삶은 모든 의미를 잃고 말았다
그저 죽고 싶다는 생각 말고는 다른 어떤 생각도 내게 허락되지 않았던 그때
거짓말 처럼 그가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내 삶은 그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
한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펀드매니저의 세계
난 이 냉정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치 않고 쉼 없이 달려왔다
그렇게 지켜온 내 위치와 내 가족 모든것이 완벽해 보였다
와이프가 북해도로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는
거기다 삼년간 내 인생을 버텨준 그 얘마저 나에게서 떠나려 한다
바로잡아야 한다. 모든걸 제자리로
그저 편하게 사는게 좋아서 돈걱정없이 하고 싶은거
마음껏 누리며 살고 싶어서 그 사람을 만났다
하지만 우연히 그의 부인과 마주친 그날
그동안 애써 숨겨왔던 자책과 죄의식이 치밀어 올라 숨이 막혔다
그래, 헤어지는게 맞다. 모든걸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날 붙잡아 주었으면 하는 사람도 생겼다
하지만 그는 이미 다른곳을 보고 있다
나에게 살아있다는 것은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이었다
친구의 부를 누리고 싶은 욕망에 온갖 더럽고 역겨운 일들을
일삼고 사는 내가 죽이고 싶도록 미웠다
그러던 어느날 금방이라도 부서질듯 슬픈 눈망울을 가진
한 여인을 만났다
그리고 그 여인때문에 나는 살고 싶어졌다
난생 처음으로

나는 그런말을 들어본적이 없다
좋아서 그저 좋아서 맺어지는 관계와
필요에 의해서 맺어지는 관계는 무엇이 다른가
결국 같은 것인가
그렇다면 산다는 것은 얼마나 쓸쓸한 것인가
좋아한다는 말이 굳이 사랑한다는 말과 구별되어도 좋다
말이 아니라 눈빛으로 누군가 나를 좋아하는 눈빛으로
바라봐 준다면
내몸 안에서 뭔가 스물거리며 일어나고 있다
간지러운 느낌 비릿한 생선냄새가 베어있는 바닷물처럼
역겨우면서도 친밀한 냄새가 콧끝에 느껴진다
잊어버렸던 잊고 살았던 삶에 대한 그리움
가슴이 외친다 산삼 장터 꿈꾸는 호야 보드사랑 간지꼬마 공부의 오타쿠가 되자 ihs 드라이브 기범이네 월드탑 센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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